나는 본래 하고싶은 것은 하고, 썩 내키지 않는다면 어떤 방식으로건 말을 한다. 사실 이것은 자칫 상당히 '생각없어 보인다'거나 '하고싶은대로 사는 천방지축'으로 보일 수도 있다. 어쩌면 내 유일한 장점일지도 모르는데, 나는 꽤 그 경계를 잘 지키는 편이다.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23년 째 살고있는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내 주변에는 언제나 남자들이 많았다. 하하, 몇 안되겠지만 어쨌든 읽는이는 부디 나를 '공주병 환자'라고 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위의 말은 내가 '인기가 많다'라는 얘기가 아니라, 어쩌다보니 걷게 된 길이 상대적으로 남자가 많은 분야이기 때문이다. (다시 생각해보니 '상대적'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많다;;)
그러다보니 남자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뜬금없이 전화해서 함께 영화를 보러 가거나, 속상한 일이 있을 때 맥주와 함께 속내를 털어놓기도 하고- 좋은 장소를 알아내면 시간을 내서 같이 가기도 했다. (나는 여자 친구들과 하는 거의 모든 일을 남자 친구들과도 해왔다. 지금도 그렇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간혹 어떤 친구들은 이런 내 행동을 '관심의 표현'으로 오해하기도 했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그들은 내 진심을 눈치챘다.
최근들어 느끼는 것인데, 몇 년전의 저 과정을 부쩍 많이 겪고 있다. 사심없이 던진 말이 자주 당혹스러운 결과로 이어졌다. 나는 내 행동과 말은 그대로인데, 왜 사람들의 반응이 달라지는가.에 대해 생각해봤다. 그리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한 결과- 가장 큰 이유는 내가 더 이상 열아홉도, 학생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열아홉의 학생과 스물셋 직장인의 "지금 시간되면 영화 같이 보시죠."는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 질 수가 없는 것이다. (참 서글픈 현실이군..)
잘 모르겠지만, 나는 10년 후에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외모나 풍기는 이미지가 변할 수는 있겠지만, 10년 전에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처럼- 나는 10년 후에도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게 살고싶다. 훌쩍 떠나고 싶을 때 떠나고, 친구들과 자유롭게 만나고, 심야에 영화관에서 마음 맞는 사람과 영화도 보고싶다. 미칠듯이 우울할 때 "친구, 내 얘기 좀 들어줘."라는 전화로 친구를 불러내고도 싶고, 생각지 못했던 수입이 생겼을 때 즉흥적으로 친구를 위해 선물을 사고 싶기도 하다.
지금 스물셋 나의 대부분이 행동과 말이 주로 '남자에 대한 관심' 혹은 '연애를 꿈꾸는 여자'의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상당히 유감이다. (정작 내가 아직은 연애에 그다지 관심이 없고, 나아가 '독신주의자'라는 것에 관심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친구는 필요하지만, 아직 남자는 필요없는 나는- 누구 말처럼 철이 없는 것일까, 험한 세상을 잘 모르고 있는걸까.